종로구 돈의동 2평짜리 쪽방촌 가보니…"주거환경도 복지 문제로 접근해야"

10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종로3가역 근처 비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2~3층짜리 낡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이 나타났다. 폭 1m 남짓한 거리 곳곳엔 쪽방촌 곳곳에는 자전거, 휠체어, 분리수거 쓰레기 등 거주민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벽 곳곳에는 '월세있음', '달세방' 등의 문구가 적혀 있기도 했다.

돈의동 쪽방촌에는 현재 50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약 30%는 65세 이상의 홀몸 노인으로 대부분 기초 수급자 혹은 차상위계층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쪽방은 6.6㎡(1.9965평) 이내의 좁은 방이 여러 개 모여있는 구조로 대부분 부엌이나 화장실(공용화장실 이용)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평균 임대료는 월 20~40만원으로 금액별로 방 크기, 건물 연식 등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다.쪽방을 이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임대료는 언뜻 보면 저렴해보이지만 주거환경을 감안하면 절대 싸다고 할 수 없다.


서울 시내에서 개별 화장실과 주방이 갖춰진 실면적 30㎡(9평)에 거실 1개·방 2개짜리 다세대주택은 같은 종로구 기준 보증금 3000~4000만원에 월세 50~70만원 사이에서 구할 수 있다. 이런 다세대 주택에는 3사람까지는 충분히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이 문제이긴 하지만 매월 내는 월세는 1인당 20만원 정도로 쪽방과 임대료가 다르지 않다. 다세대주택보다 쪽방이 훨씬 열악한 공간임에도 임대료 부담은 비슷한 셈이다.





기자가 돈의동 쪽방촌을 찾은 이날은 영하 4도 안팎의 추운 날씨였지만 쪽방촌 노인들은 하나둘 집 밖에 나와 야외 일상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집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이웃들과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일부 몸을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 노인도 있었지만, 이웃 주민들과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여느 동네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역대급 추위와 연이은 폭설이 이어진 올겨울은 쪽방촌 주민들에게는 더욱더 춥게 느껴졌다. 돈의동 쪽방촌 내 대부분 건물에는 가스보일러가 설치돼 있지만, 작동 시간이나 온도가 제한적이라 겨울나기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화장실도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주민 대부분이 시가 운영하는 동행목욕탕 혹은 쪽방상담소 내 샤워 시설을 이용한다고 한다.

자월세 20만원짜리 방에서 거주 중인 남성 A씨(70대)는 "이번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예년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집주인은 보일러를 틀었다고 하는데 집에 외풍이 강해 전기장판 없이는 추위를 이겨낼 수가 없다"며 "화장실은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가벼운 세수 정도만 할 수 있다. 변기도 수압이 약하다 보니 볼일을 볼 때 막히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여성 B씨(70대)는 "쪽방촌에선 집에서 요리를 해 끼니를 때우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그저 잠을 자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한다"며 "화장실 시설이 협소해 빨래나 샤워는 생각도 못 한다. 매달 4장씩 나오는 목욕권으로 동행목욕탕을 이용하거나 쪽방상담소 시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이 무사히 올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복지관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선관 돈의동 쪽방상담소 실장은 "사회복지학적인 관점에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 매일 안전 점검을 하고 각 건물 수도관·가스관이 동파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또 병원 진료가 필요하지만 진료비가 부족한 어른들은 병원 사회공헌팀에 연결해 주고 있다. 이 밖에도 신용회복, 일자리 고용 등의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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